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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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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보푸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71회 작성일 23-06-04 05:21

본문

이별여행

 

생은 아버지의 기름때 찌든 작업복이었다

폐차 직전 상상하기 싫은 나의 전복된 일상이

공장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짓이기진 내 얼굴처럼 기름때가 수북이

얼룩져 있었다

산다는 것이 죽어가는 것의 역설로 다가올 때

나는 어른이 되었다

빗발이 송곳처럼 정수리로 내리 꽂히는 그 밤

스레트 처마를 꽉 붙잡았던 제비집도

벽을 타고 내장이 줄줄 흘러내리고

우물가에 쓰러진 너를 안고 방에 눕혔지

끄물거리는 불빛에 놀라 온 방안을 휘젓던 너의 날갯짓

셋 평 남짓한 방안의 낯익은 풍경처럼 죽음은

지척에서 찾아왔다

너를 인간의 몰골로 부활시키기 위해 

마당 가장자리 좁은 화단에 너를 묻고 돌아서는 길

연보랏빛 꽃숭어리가 가시처럼 돋아나고

나는 그때부터 슬금슬금 너에게로부터 떠나갔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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