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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4회 작성일 22-09-0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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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어느 재즈카페에 앉아 사라 본즈의 노래를 듣는다. 어둔 방 안에 접이식 의자를 여러개 갖다 놓고 

깜박이다가 금새라도 꺼져 버릴

희미한 촛불들처럼 우리는 거기 

앉았다. 서로 얼굴을 가리고 

서로 얼굴을 보이길 부끄러워하며 

이 촛불들이 한꺼번에 꺼진다면

우리는 좁은 문을 지나 성당의 복도, 매캐한 검보의 시취 어린 

안개를 걸어가는 것이다.


가을. 


misty. 


내 머릿속은 안개로 가득 차 있어요.


얼굴 한복판이 안개 속인 여자. 얼굴의 눈 코 입이 모달 인터체인지, 

그 슬픔의 감각이 화성법인 여자. 너는 나와 대응되는

그 존재의 주조가 단조인 여자.  


그녀의 굵은 목소리가 퍼져나가 어둔 방안을 채운다. 


누군가 칵테일을 시켜서 자기 앞에 놓았다. 

나는 검보를 시켜 숫가락만 

녹슨 그릇 안에 집어 넣었다.

그릇 속을 바라보니 무언가 어른거리는 것이 있다. 내가 촛불로 비치는

음향이었다. 콘트라베이스의 현을 튕기며

마치 한숨 쉬듯 쉰 목소리로 그녀는 텅 빈 

공간의 여백을 채워 나간다. 그녀는 조용히 

피아노 건반들을 어루만진다. 


그대를 사랑했다니 

난 정말 바보였어요.


어둠 속에 쓸쓸히 별이 진다. 

가물거리는 촛불을 들고 

우리는 조용히 광야로 나간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9-07 09:55:1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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