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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랑 하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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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26회 작성일 18-11-2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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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랑 하늘길 끝이 없는 피아노 건반이 위로 위로 뻗어 있다. 골목에는 막다른 곳이 있지만 음계에는 끝이 없다. 무한히 열려있어 가시 끝이 외로울 뿐.

 

피아노 건반을 밟고 아이들이 청공으로 뛰어 올라간다. 남자아이의 바지는 닳았고 여자아이의 치마에서는 녹슨 빨래비누 냄새가 났다. 총총 걸음 푸르름 속으로 녹아들어간다.

 

하얀 갈매기뼈가 파란 하늘 속 투명한 길을 유영해 가며 끼룩끼룩, 폐 속에 쌓인 이끼 바닷속으로 토해낸다. 폐렴 향기 난다. 가장 높은 건반 위에 선 아이가 제일 신났다.

 

아이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투명한 웃음소리 무거운 벽돌처럼 뚝 뚝 허공에서 떨어진다. 타오르는 후박나무 위에도 후두둑 떨어진다.

 

지상에서 바라보면, 검은 계단과 하얀 계단이 서로 교차하는 바다. 하늘보다도 더 넓은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파도가 휘파람 불듯이 아이들은 스스로를 변용하여 음표 하나마다 순결한 피 묻히면서 도에서 레가 되고 미에서 라가 되면서, 한 아이가 죽으면 다른 아이는 그 빈 자리를 하얀 손가락뼈째 변주곡 속에 슬쩍 끼어 넣는다.

 

한 아이가 웃는다. 빠진 앞니 사이로 새어나오는 숨이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중 그 어느것도 닮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꼭대기 가 닿아도 절정까지는 건반 한 개가 더 남았다. 발목을 자르면 그 자리에서 또 다른 의미가 파초의 열꽃으로 부풀어오르는. 그 자리에는 자학과 황홀의 구분이 없다. 내 몸이 또 다른 울림통이 될 지라도, 잘린 발목은 피아노 건반 계단을 올라가 절정으로 다가간다.

 

아래를 쳐다보니 내 발목이 너무 짧다. 파도가 너무 가깝다. 섬들이 무리 지어 서식하는, 파란 대문 안에 나를 가두고.

 

아이들은 여전히 조각조각난 음표가 되어 불협화음과 어울려 뛰논다. 나는 그 가파른 언덕 올라가, 둥글둥글한 얼굴에 보조개 상긋상긋 웃는 여자아이 머리에 불협화음같은 만리향을 꽂아주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11-28 14:38:29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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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피랑 고갯길에서 피아노 계단을 밟으며 작곡을 하셨나 봅니다. 그 화음이 참 아름답게 들리네요. 좋은 곳에서 지은 곡에 시를 붙이고, 저는 앉아서 그 노래를 듣습니다. 시마을 문학상 금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저는 엉겁결에 그냥 묻혀간 것 같은 느낌이네요. 다른분들 좋은 시가 많아서.......

서피랑 고갯길 피아노계단을 직접 가 본 것은 아니고, 서피랑님 시를 읽고 떠오른 이미지를 그냥 적어 보았습니다. 통영에 다시 가면 섬들을 주욱 둘러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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