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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배룩박에 검은 잔머리먼지벌레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90회 작성일 19-08-03 23:25

본문

   

   흰 배룩박에 검은 잔머리먼지벌레

 

                                                                      동피랑

 

 

   오늘밤은 외로움이 하도 쩌서 사람도 짐승도 벌레도 밖을 돈다

   말매미가 나무를 보듬고 내내 우는 갯마을 앵구가 쫓고 쫓긴다

   문에를 잡겠다고 모릿줄 손보던 어부는 배를 띄워 어디쯤 주낙을 풀었을까

   막바지 휴가 차량 불빛이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나도 뭇별 내려보는 바닷가 볼락 회에 소주나 한잔 했으면

   이런 부럽고 가당찮은 생각을 하다가

   나는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일터에서 푼다

   오늘의 메뉴는 둥글고 노랑

   달걀프라이 한 개가 밥 위에 웃으며 떴다

   달을 캐 쓸면 노란 단무지가 생길까

   내가 좋아하는 김이랑 찰강내이도 빠질 리 없다

   이 소박하고 아름다운 기도를 나는 천천히 떠먹기 시작하는데

   어디서 왔는지 벌레 한 마리 내 어깨 옆 흰 배룩박에서 자국걸음을 한다

   저도 얼마나 쓸쓸하면 한밤중 자지도 않고 절벽을 타는 것일까

   더듬이로 앞을 진단하면서 여섯 개의 발을 내딛는 검은 등껍질

   누군가와 만날 약속이라도 한 것일까

   내가 기도를 끝내는 동안 멀리 가지도 않고 여전히 수직을 읽고 있다

   누구나 그렇듯이 배는 채웠어도 마음이 허기질 땐

   미물처럼 생의 난간에서 밤새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8-05 14:01:10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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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힘을 쭈욱 빼고 풀어나가는 시의 전경이
술술 읽히고 참 좋습니다
저는 동피랑님의 시를 읽을 때마다
제가 좋아하는 백석 시인의 느낌을 받습니다
(같다는 것은 아니니 실례가 안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도 토속어와 더불어 동피랑님만의
고유한 매력을 듬뿍 주는 시네요~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런 종류의 내용과 표현법은 마치 너훈아와 같다고나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은 저도 백석의 시풍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동피랑의 정체성이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분명 따로 있습니다.
칭찬인 줄 잘 알고 있습니다.
라라리베님 고맙습니다.그늘에만 지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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