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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묘로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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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35회 작성일 20-01-07 15:47

본문

소묘로 걷다

 

 

 

선과 선 사이 축축한 집을 지어요

면과 면 사이 낯선 바람이 불어요

어제를 벗어나 숲으로 나왔어요

이제 양지로 나가 허물을 벗어야겠죠

솜털이 눕고 따스함이 식고 파라핀처럼

굳어갈 때도 꽃은 피고 새는 알을 낳겠죠

빛을 품기 위해 어둠을 칠하니

알이 깨어나고 있어요

지금쯤 누군가는 동굴을 벗어났을 거예요

어느 날 위기에 처한 새끼를 구하느라

박쥐의 날개가 돋았다는, 그보다 더

아득한 일을 우린 알고 있어요

하늘이 땅인 새는 어떤 파동을 버려

맑은 허공이 된 걸까요

점선을 잇듯 눈뜨는 조우가,

직선, 사선, 곡선, 이 모든 선들의 시야 속에서

그늘을 헤쳐 가는 그 치열한 여정이

뾰족한 입술을 둥글게 만들고

물살에 휩쓸린 맨발을 단단하게 말려주었어요

하얀 세상에 남겨질 마지막 한 점을 위해

슬픔은 끝없이 뿌려질 거예요

소실점 아래 여윈 발 포갠 기억의 단면,

마디마디 접혀 내 안에서 지워진

나를 탈탈 털어내고 있어요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1-10 13:23:59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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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얀 종이 위에 소실점을 위해 그려 나가는 지난함 처럼
시인의 삶에 따라붙은 슬픔을 지우개로 지우고 털어내듯
인생의 소실점을 찾아가는
의미깊은 소묘 한 점 잘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제 저 많은 선을 그려  한면을 만드나 해도
어느덧 흐르다 보면 많은 것들을 그려내고
지우고 있음을 봅니다
털어내고 깎아내고 다듬어 가는 삶은
한장의 그림에 담긴 흔적과도 같지요
결국은 만나게 되는 소실점 앞에
기쁨의 시간으로 한발씩 나아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보았습니다
잊지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듯하고 편안한 시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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