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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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33회 작성일 20-04-30 23:45본문
바닷바람이 비껴나가버린 내 유년의 연탄재 쌓인 뒷골목. 빨간 치마를 훌러덩 걷어올리고 날 놀리던 그 아이는,
제 아비 어미에게서 버림 받고 지금 하현달 반대쪽 편 아무도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두 다리 사이 사슴버섯을 뜯고 있겠지.
매캐한 포자가 날리우는,
섬의 한 귀퉁이까지 왔다. 그 옛날 내 탯줄이었던.
쉰내 나는 담쟁이 덩굴이 혈관 안으로 기어들어가
괴사해 버린 내 심장 반 편,
창을 열 힘이 없어 그저 별들이 찾아들어오길 기다리던 검은 방 안.
나날이 썩어가며 좁아지는 방 안에서
누구와 어떤 키스를 하였나요?
쿨렁쿨렁한 썩은 피를
그녀의 입 안에 쏟아내었나요?
빠져나갈 구멍 없는 은하수는 그렇게 읽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입니다. 당신의 탯줄이었던 뱀이 스스로 머리를 끊고, 금속성의 방울소리들 사이로 기어들어간 곳이.
바위 틈에 새하얗게 나뒹굴어져 있군요.
나무의 수염에는 연록빛 소리들이 너무 많이 달려 있었다. 투명한 고양이 수염처럼 예민하게.
나무를 이루는 무수한 가지들이 저마다 흔들흔들한다.
가지들이 이런 말을 내게 한다.
난 한번도 날 사랑해 본 적 없다. 그것은 저 벼랑 아래 까마득히 굴러떨어져 연옥이 되어 버린 비취가 증명해 줄 것이다.
난 한번도 날 사랑해 본 적 없다.
얼굴이 줄줄 흘러내리는 수캐 한 마리가 절름거리며 나무 앞으로 기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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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님의 댓글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코렐리 시인의 우수창작시를 모두 읽은 기념으로 댓글을 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