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 우수창작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우수창작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우수창작시

     (관리자 전용)

☞ 舊. 우수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창작의향기 게시판에 올라온 미등단작가의 작품중에서 선정되며,

 월단위 우수작 및 연말 시마을문학상 선정대상이 됩니다

우수 창작시 등록을 원하지 않는 경우 '창작의 향기' 운영자에게 쪽지를 주세요^^

(우수 창작시에 옮겨진 작품도 퇴고 및 수정이 가능합니다)


우리 동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756회 작성일 20-08-22 00:04

본문



우리 동네  



우리 동네처럼 집보다 담들이 더 많은 곳은 없을 것이다. 


각막이 돋아나는 아침에 보면 새하얗게 벌거벗은 담들만 보인다. 


지붕 뻥 뚫린 나팔꽃이 보랏빛 시취로 새하얀 피부에 균열을 남기는 담들이 많았다. 


어느 담장은 차갑고 어느 담장은 뼈만 앙상했다. 담장마다 높고 낮음이 다 달랐다. 나는 쓰레기 더미와 나팔꽃 사루비아꽃 호박꽃 등이 뒤섞여 함께 썩어가던 어느 담장의 황홀을 기억한다. 


담장은 담장으로 이어지고 하늘은 담장이 잠깐 숨고를 때 뚝 끊어져서 후박나무 가지가 다시 이어줄 때까지 허공 가득 그늘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동네 개들은 털이 아주 길고 늘 젖어있었다. 빨간 신호등을 예리한 이빨 사이에 물고있었다. 헐떡이면서 혀를 아주 길게 내밀어서 꼬리를 흔들어댔다. 놋쇠 빛깔 이름이 차가운 우물 안에 가라앉아있었다. 


내가 담장 따라 녹음 속을 저어서 가고 또 가면 늘 내집 앞 마당에 다다랐다. 청록빛 이끼 속에 푹 잠겨 늘 반쯤 조는 정원이 있었다. 황토에 늘 무언가 심으시던 어머니께서도 파란 빛깔이셨다. 


탄피를 주우러 황금빛 눈동자를 가진 청개구리 한마리가 맑은 물 속을 헤엄쳐갔다. 


담 위를 뛰어가며 놀던 나를 떠밀어 시멘트 바닥으로 추락시킨 것도 우리 집 담장이었다. 


일곱살 난순이가 청록빛 풍선처럼 터져 죽었을 때에도 나 대신 우리집 담장이 엉엉 울었다. 그때는 예리한 철조망이 시뻘겋게 녹슨 목련꽃이 되어 주저앉았다. 


내가 자고 일어나면 어떤 날은 동네에 담장 수가 늘어나있곤 했다. 하지만 어떤 날엔 자고 일어나 보면 담장 수가 줄어들어있곤 했다. 참 이상한 일이었으나 당시에는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8-26 08:56:51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린날의 추억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 주셨네요.
어릴적 담장은 왜 그렇게 높고 길던지요.
담장 처럼 줄지어 가는 추억의 페이지가 젖어 있지만
왠지 저는 따스한 햇살이 느껴집니다.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따스한 햇살같은 시절이었으나 쓰레기장에 버려져있던 개 세마리의 시체, 친구의 죽음 등을 목격하면서 죽음이라는 것이 대해 최초로 깨닫고 충격을 받았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난순이가 내 꼬추를 조물락조물락해준 것도 이 시절이었구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가 이 시절에 있습니다. 이 속에 있던 황홀, 아름다움, 폭력, 모순 등을 총체적으로 시로 써보려고 하는데 어렵네요.

제게는. 이런 것들이 쉬이 잠들지 못하는 것이 제가 계속 시를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그렇군요. 삶의 도입부에서 인화 된 포트폴리오를 보는 듯 했습니다.
무대는 담이 높은 군부대 인근 마을에서 시작되는 사건들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듯하여 선 뜻 입을 열 수 없는 무언가는 느꼈습니다만
시인님 특유의 정서를 느끼고 감상하기에는 충분 했습니다.
소꿉시절 추억편인지라 밝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붉은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대문이 닫혀 있던 그 부잣집 안의 것들이 몹시 궁금했던 어린시절.
알 수 없는 혹은 법접할  수 없는 격차가 느껴지곤 했든 그시절. 
아직도 눈에 걸린 그림처럼 보입니다~~~~

시인님은 저를 그 변두리 동네로 데려다 주시는 능력을 보여주셨습니다
기쁘게 감상했습니다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이 동네에 대해 갖고 있는 것들이 너무 복잡해서 이 시가 얼마나 이를 담고있는지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붉은선님이 지적해주신 내용도 분명 있구요.
 
위 시가 행복하기만 한 시도 아니고 비극적이기만 한 시도 아니고 아프기만 한 시도 아니고
황홀에 대한 시이지만 그 황홀의 성격도 복잡하고 
그것이 제 마음입니다. 아마 누구나 유년에 대해 갖고 있는 마음은 그렇겠지만요.

죽음이란 것이 뭔지도 모르던 어린 시절 굳이 언덕을 기어올라가 개 세 마리 버려져 서서히 썩어가는 것을
매일 바라보았던 이유가 뭘까요?

기쁘게 감상하셨다니 감사합니다. 붉은선님도 훌륭한 시 많이 올려주세요. 요즘 붉은선님 시가 한참 피어오르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이 기대됩니다.

Total 6,185건 1 페이지
우수창작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6185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6 1 09-24
618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5 0 09-24
6183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6 0 09-23
618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7 0 09-22
6181
기다림 댓글+ 1
김수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0 0 09-20
6180
雪山 댓글+ 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3 0 09-19
6179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8 0 09-18
6178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9 0 09-18
6177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6 0 09-14
617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7 0 09-14
6175
각화증 댓글+ 1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7 0 09-14
617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0 09-13
6173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2 0 09-13
6172
첫사랑 댓글+ 6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9 0 09-12
6171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0 09-12
6170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0 0 09-11
6169
GAME 댓글+ 2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 09-08
6168 화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9 0 09-07
6167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7 0 09-07
616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3 0 09-06
6165
거리에서 댓글+ 5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8 0 09-06
616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6 0 09-05
6163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7 0 09-04
6162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 1 09-04
6161
초가을 비 댓글+ 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8 0 09-04
6160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0 09-04
615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0 09-04
6158
초상(肖像) 댓글+ 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 0 09-03
6157
간이역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7 1 09-03
6156
바람등걸 댓글+ 3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0 0 09-02
6155
로렐공주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7 0 09-02
615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 0 09-02
6153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1 09-01
6152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0 0 09-01
615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 0 09-01
6150
빈센트 댓글+ 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 08-31
6149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5 0 08-31
6148
빌린 슬픔 댓글+ 2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8 0 08-30
6147
달맞이 꽃 댓글+ 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0 08-29
6146
廻向 댓글+ 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0 08-28
6145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8 0 08-27
6144 시화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0 0 08-26
6143
掛, 댓글+ 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0 08-24
6142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0 08-24
6141
저녁에 앉다 댓글+ 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8 0 08-23
6140
현장의 소리 댓글+ 1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1 08-23
6139
옷걸이 댓글+ 2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3 1 08-21
6138
프리다 칼로 댓글+ 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 0 08-21
613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 0 08-21
6136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0 08-20
6135
굴전 댓글+ 7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0 08-20
6134
문어 댓글+ 4
최경순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0 08-20
613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0 08-17
6132
망고 댓글+ 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 0 08-19
6131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0 08-18
613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 0 08-18
6129 느지막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 0 08-18
6128
피터팬 댓글+ 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 0 08-18
6127
이명(耳鳴) 댓글+ 1
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0 08-17
6126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 0 08-17
6125
계단 댓글+ 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0 08-17
612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 08-16
6123 백마술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0 08-16
6122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 0 08-16
6121
값싼 일기 댓글+ 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 0 08-16
612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 0 08-15
6119
만조 댓글+ 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 0 08-15
6118
호박꽃 초롱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8 0 08-15
6117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9 0 08-14
6116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1 1 08-1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