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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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70회 작성일 20-09-01 11:40본문
人魚
내 탯줄이 밤마다 길게 뻗어 먼 바닷속으로 떨어져내리는 것을 느낀다.
에메랄드빛 심해에는 내 탯줄을 붙잡고 물 속을 헤엄쳐다니는 인어가 있다.
인어는 아마 모르리라. 그녀가 붙잡고 있는 탯줄이 내게로부터 온 것임을. 하늘로부터 떨어진 쇠사슬인가 생각할 것이다.
아마 모르리라.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 미소 하나하나 탯줄을 통해
내게로 들려오는 것을.
밤마다 나는 느낀다. 인어의 노래를. 작살이 꽂히는 소리를. 베갯속 물거품으로부터 벽 속으로부터 희미하게 깜박이는 전등 속으로부터.
익사체처럼 바다 위에 조용히 떠있는 먼 섬이 있다. 인어가 거기 산다. 내 탯줄은 그 섬을 가득 채운 밀림이 된다. 내 탯줄은 꿈틀거리는 진주가 된다. 거대한 로세아나무가 내 목구멍에 차오른다. 빨갛다. 청록빛이다. 기어간다. 투명한 것 속을 뜨거운 내 피가 흘러가는 소리.
비늘 돋아나는 황홀 속, 인어에게도 죽음이란 것이 있으리라. 인어는 심해를 유영하며 바윗속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발가벗은 지느러미로 무거운 물살을 일으키기도 한다. 나는 자궁이 없지만 허물어지는 폐가 있다. 나는 몇줄로 줄인 심해 속에서 숨을 쉬는 것이 버거워질 때가 있다.
인어는 지금도 내 탯줄을 꼬옥 붙잡고 남태평양 심해를 헤엄쳐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내 고통이 전달되어진 것인 줄도 모르고
천상의 음악에 도취하면서 황홀해하면서 에메랄드빛 속에서 질식해갈 것이다.
댓글목록
grail217님의 댓글
grail21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야..
대단히 훌륭한 작품입니다..
정말 지루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걸작입니다..
고맙습니다..
^^*..
..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과찬이십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좋게 보아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grail217님의 댓글
grail21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약간 어색한 문장이 있다면..
<나는 자궁은 없지만> <ㅡ 이 부분입니다..
쓸데없이 표현한 문장 같아서요..
지우고 보면 더 훌륭한 작품으로 제 빛을 발할 것 같습니다..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라서..
몇 번이고 완독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그밖에 또 어색한 부분은 딱 한 군데가 더 있습니다..
<뱀이 허물을 벗는 꽃 속,> <ㅡ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듯 보입니다..
저야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알 수 있겠지만..
또한 신춘문예에서 당선된 작품에도 담배를 꽃에 비유해서 알겠습니다..
그런데 안피우는 사람이나 작품을 다독하지 않는 사람은 모르지 않겠습니까??
허나 고치지 않아도 우수창작시에는 뽑히겠습니다..
시마을문학상을 타려면 저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퇴고하시면 될 듯합니다..
물론 지울 필요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무척 친절하시고 사려깊은 지적들 같네요.
인어 "생산적인 자궁" <-> 나 "썩어가는 폐" 서로 대응되는 개념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이 부분은 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구절이라서요.
말씀하신 대로 뱀이 허물을 벗는 꽃 속이라는 말이 좀 뜬금없이 들릴 수도 있겠네요. 이 구절을 빼도 문제가 생기고 놔두어도 문제가 생기네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