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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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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회 작성일 20-09-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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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수정되어 있으면 어쩌지,
허기를 채우려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한 놈을 깨서 넘기는 목구멍으로
노른자 흰자가 물감처럼 진하다.
너는 이처럼 허물거리는 것인데도
섞이지 않고 제 색깔을 내며
국경처럼 선명하게 나뉜 경계,
그러나 계란말이에 내외 구분 없어지고
찐 계란 삶은 계란에 이르러 잔치다.
마지막으로 파를 잘게 썰어 익힌
계란찜에 와선 흰 쌀밥과 일체가 되어
혓바닥과 침물에 녹아드는 영혼이 된다.
알을 깨지 못하였으므로 세계로 나가지 못한*
너는 하는 수 없어 이렇게 내 뱃속으로 와
하나의 시詩라도 되어 보려는 것인가.
아직 배가 고픈 나는 다시,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내며 이러한
상상에 즐거웁다.
가난한 저녁이 껍데기를 깨지 못한
세상의 모든 알들과 함께
계란후라이처럼 익어가고 있다.





* : 헤르만 헷세의 소설 '데미안' 에서,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한,
      알을 깨고 세계로 나간다는 말의 변용.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0-05 18:39:4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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