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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76회 작성일 20-10-25 18:25

본문

 


한 끌 한 끌 속을 파내다 보면 나도 저렇게 두툼하고 둥그스럼한 사운드 홀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한 끌 파 내면 두 끌이 차오르는데, 해처럼 도는 톱으로 성큼 성큼 나이테를 가로질러 꽉꽉 쟁여진 나이를 톱밥으로 날려보내면, 아무리 긁어도 시름 한 점 고이지 않는 호방(浩放)에 들게 되는 것일까? 실뿌리처럼 몸 구석구석으로 뻗어있는 감각을 다 걷어 내고, 중심을 가로지르는 신경 몇 가닥만 남겨 놓으면, 나도 작둣날 위에 맨발로 선듯 쪼개지지 않는 떨림에 이르게 되는 것일까? 기차를 탄듯 가볍게 흔들리며 레일처럼 한 세월 실어보낼 화음을 얻게 되는 것일까? 


나는 왜 백만권의 책으로 내면을 꽉꽉 채운 스승에게서 한 소절도 듣지 못한 소리를, 휘몰아치는 시간의 급류를 비껴서서 허구헌날 벽을 기대어 선 저 화상에게서 들으려고 하는지, 


나뭇잎 한 장,

수직으로 파고드는 공기의 이면으로 둥근 톱날처럼 드러나는 나뭇잎 한 장,

살짝 스쳤을 뿐인데, 떨린다. 홀대에 묶어 둔 실로 삶은 계란을 가르듯, 한 가닥 현으로

진공(眞空)을 쪼갠다. 울린다. 진공이 터지는 소리에 물질이 뚫린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0-27 14:04:28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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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백만권의 책으로도 깨닫지 못하던 것을,
어떤 음악의 한 현에서,
또는 하나의 나뭇잎에서 얻게 될 때가 있지요.
'진공을 쪼개려는' 젯소님의 노력과
시심을 응원합니다.

젯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답이 늦었습니다.

그냥 조금 비면 다만 허술일 뿐이고,
텅, 텅, 비어야 음악이 담기는 것 같습니다.

어렵네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EKangCherl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EKangCher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음악에 대한 식견이 대단하군요..
텅텅..
비어야 음악을 담을 수 있다는..
시인도 텅텅..
비어야 시를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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