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 노인병동 3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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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97회 작성일 20-12-31 01:37본문
창가에핀석류꽃
(1)
송두리째 내어주고 흔적으로 누웠다. 가야 할 길 두고 보는 하얀 계절,
속살 내어준 것들 그리워하는 그만큼 거리에서 오늘을 감고 어제에 사는
외로운 섬 거룻배 없는 바다에서 한 마리 물새 벗 삼아 먼 하늘 본다.
(2)
반가움도 짐이 될까 애써 감추시는 마음, 돌아서는 걸음에 돌부리 되고
갚을 수 없는 사랑 업고 가는 마음 어쩔 수 없노라, 어찌할 수 없노라며
한 아름 별빛만 시려오는데...
(3)
겻불 모아 호호 불 듯 조심스레 감싸 잡은 손, 차갑고 쓸쓸하다. 뭐 하러
왔느냐며 속내 감추시는 모정母情이 외로움 바삭거리는 병상일지가 되어
예감하듯 물으신다, 아실까, 앙상해져 고인 것 한 바가지 눈물뿐인 것을.
(4)
출근길 되돌아 힘주어 달린 한 시간 반 쩡쩡함도 다정함도 흘러내린 세월
표피, 가위눌린 신열 사이로 눈빛 맞춘다, 떨어져 나간 사랑의 줄 잡고 누운
여윈 손 여전하건만 불러도 듣는 이 없는 이 서러움 채근하듯 제 얼굴
들여다보는 아! 어머니, 저는...
(5)
지나던 바람 멈춰 서니 새털 같은 시간이 흩어집니다, 새 하늘 열려 비둘기
날아오르네, 오르소서 높이 오르소서 세상 것 모두 잊고 님의 품 깊은 데로
날아가소서. 여름 오후 단잠 깨어 기지개하듯 아무렇지 않은 듯 그렇게 날아
가소서.
망백望百의 세월 쉬운 날 있었을까, 품느라 타던 가슴 홀로 새운 날들이
회한의 가슴마다 강이 됩니다. 흐르다 희미해져 잊힐지라도 어느 따듯한
봄날,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시 만나요, 웃으며 그렇게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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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창가에핀석류꽃님! 절절함이 느껴지고 가슴 저린 글입니다.
어머니를 뵙고 오셨나 봅니다.
잘가라 흔들던 여윈손만 보던 저는 어느날 어머니의 앙상한 발목을 보고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아무렇지 않은듯 살아낸 날들이 그냥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품느라 타던 가슴 홀로 새운 날들` 을 제가 어찌 다 알겠습니까?
딸 하나 낳고 나서야 고열로 밤새던 날 조금은 알것 같았습니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심정이 저에게도 전해지는것 같습니다.
새해에는 어머니도 창가에핀석류꽃님도 건강하시고 따뜻한
봄날 어느날 웃음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가슴에 두고 두고 보고 싶은 글입니다.
감사 합니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니는 수 년 전 새 하늘 열린 곳으로 가셨습니다.
써 두었던 글을 정리해서 올렸습니다.
불현듯 찾아오는 그리움 때문에 이렇게 글이라도 만지작 거리다 보면
글썽이던 마음이 잦아들기도 한답니다. 언젠가 자다가 서러뭐 깨는 날은
얼굴 덮은 눈물로 놀라기도 하지만 그런 날은 하얀 밤이 되기도 했답니다.
이 나이가 되어도 어머니를 못잊는 것은 제 그리움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걸음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에는 더욱 건필 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 다 이루시길 바랍니다~^^
순례자님의 댓글
순례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송두리째 내어주고 흔적으로 누웠다' ~ 첫 문장부터 충격적으로 시작하시어 끝까지 읽는 사람의 심금을 전률의 그물 안에 가두어 놓으시네요. 병상에서 얼마나 외로우셨을까요?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순례자 시인님, 공감 주셔서 고맙습니다. 불러 대답하실 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사실 큰 행복이겠지요.
그 외로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었겠습니까? 어머니 앞에 언제나 죄인일 뿐인게지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