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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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18회 작성일 21-02-28 11:08본문
아버지의 침실이 저기 보이네요 언 땅에 온몸 묶이어 침묵하는 아버지의 언어처럼 살라 하네요
무덤가에 모로 핀 눈빛 떨군 들꽃들 아버지의 종교처럼 살라 하네요
가는 길 끝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살 끝에 차갑게 닿는 바람이 어디서 왔다 어디로 불어가는지
어스름 따라 피어오르는 아이가 바람결에 떨어지는 마른 잎새처럼 바스락거리고 있네요 어둠 속에서 둥그스름한 바윗돌처럼 피어오른 달빛
몇 조각 떼어내 새벽시장에 내다 팔면 허기진 배곯음 채울 수 있을까요
달빛 배인 어둠 한 조각 거름망에 걸러내어 각성의 껍질 벗긴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차 한잔 마시고 싶어요
성묘를 마친 아이가 싸락눈 맞으며 내리막길을 걸어가네요
아이는 잠시 발걸음 멈추며 뒤돌아서는데
누군가 바라보는 듯 아이의 얼굴에 새겨진 하얀 미소가
불 꺼진 비상구를 환하게 비추네요
채근하듯 분주한 관리인의 몸짓이 내리는 눈발처럼
아이를 비상구로 밀어내고 있어요
댓글목록
魔皇이강철님의 댓글
魔皇이강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날건달 시인, 형님
우수창작시에 뽑힌 모든 시를 읽었습니다
공모전 당선 등단이 남의 일이 아니네요
형님은 충분히 잘 쓰십니다
앞으로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