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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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느지막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83회 작성일 22-05-01 15:43본문
햇님도 언젠가 수명에 걸려 사라진다고
하물며 그 외에 자질구레한 찌끄래기는 말하면 뭐하겠냐고
세상은 다 같다고, 마찬가지로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고
시간에도 수명은 있다고
느닷없이 웬, 흰소리냐 하겠지만
없는 게 없다는 생각이 이 시점에 이렇듯 거침없이
행적을 감추고 암암리에 움직이더라도 시간의 존재는 시곗바늘을 벗어날 수 없다고
수명의 주재료가 시간이라서 너만은 열외라는 낭설이라도
물귀신을 끌어당겨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수명이 있다고
그게 진실인지는 밝혀진 게 없지만 사실관계를 드러내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 된다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우리에게 붙들린 부속품으로
생체시계를 달고 나오듯 일종의
감언이설로 꼬셔도 꼬장꼬장하게 버티는 보초
그러니까 시간은 사람마다 하나씩 달고 나오는 거라고 우길 수도 있다고
허망하다를 남기고 떠나는 한평생
희로애락에 다 닳아 바람에 날리고 흩어진다고
주인 없는 방에 혼자 남겨진 시간
의미없는 공간에 갇혀있다면
이 시점에서 시간은 수명을 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유년시절, 까마득히 멀어진 꿈같은 시절 나에게도 그때가 있었지만 보관된 이미지가 없다 시간은 기억하겠지만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은 지금 개발되지 않았고 시간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던 시절인지라
밥상머리나 책상머리에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할 때부터 시간은 알려지기 시작했고, 땡땡땡, 학교종이 시간을 붙들고 있을 때 지루했지 다들 경험하지 않았나 숙제도, 뭣도 해야 하고 정말 재미없는 일들이 매일매일, 이런 못된 놈 엉덩이를 걷어차고 싶고 채찍으로 등짝을 그냥 사정없이 몰아가고 싶은 굼벵이처럼 느려 터진 그때 그 시절인지라
살들이 팽팽하게 붉게 타오르고 가슴이 설레던 시절 몸은 뻗치고 활기에 넘쳤으며 넉넉함은 영원히 내 옆에 머물러 있는 줄 알았다. 다시 이런 시절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굳이 알 필요가 없었고 그럴수록 시간은 재깍재깍 내 옆을 훌쩍 지나가는지라
쪼들리기 시작한다 잠깐 조는 사이 저만치 달려가는 시간의 움직임을 몸이 미처 쫓아가지 못하고 하여튼, 쫓아가다가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조금씩 예전과 달리 서서히 굼벵이가 되어 가는 안타깝지만 떠나가는 배, 그때 그 시절인지라
급한 일도 없는데 뭐가 그리 바쁜지 재빨리 지나쳐간다, 귀하신 몸을 붙들고 천천히 음미하며 가고 싶은데 시간은 유한하다는 사실을 굳이 일깨워준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으며 시간도 마찬가지라고, 느즈막인지라
바람을 닮았다 방해를 받지 않고 우리 주위를 스쳐지나간다
감정을 쏙 뺀 목석
기분에 따라 시간을 오해하고 있을 뿐
한번 가면 되돌려주는 법이 없다
속으로 멍들게 하는 대단한 재주를 가졌다
야금야금 알게 모르게 내것을 흠쳐가는 기막힌 노하우
잡을 수 없어 눈 밖에 난, 나중에는 남김없이 훑어가는 도둑놈을
도망치기 전에 붙잡어야겠다고
여태 그 놈을 잡은 사람이 없다
대항할 수 없는 한계
그래서 우리는 숙명이라고 한다
우리의 맘 속에 소중한 게 많다
사랑이라고 해두자 인연이라고 해도 좋고 미련이라고 해도 좋다
시간은 우리에게 여유를 방치하지 않는다
우리를 손아귀에 쥔 시간의 독주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댓글목록
grail200님의 댓글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느지막이 시인님,
오늘도 장편의 시를 읽느라고 즐거웠습니다
저는 유독 장편의 시에 즐거움을 찾는 미덕을 갖추고 있지요
퇴고를 거치지 않은 듯한 까다롭지 않은 시가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긴 문장을 한 호흡에 읽어 내려가게 써야 한다는 둥,
긴 문장은 부드럽게 써야 한다는 둥,
긴 문장은 산문 같아서는 안 된다는 둥,
긴 문장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더러 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느지막이님의 댓글
느지막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맙습니다
글을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다듬는 작업은 맘대로 되지 않지요 사족은 늘어나고
언젠가는 좋은 글이 탄생하리라고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