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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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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0회 작성일 22-08-05 23:21

본문

나비 날개  



나비 날개를 뜯어 벽에 발랐다. 날마다 내 유년에는 다른 종류 나비들이 날아들었고 나는 그때마다 날개를 뜯었다.

 

나비 날개를 붙일 때마다 벽은 조금씩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 숨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단단하고 뜨거운 벽은 폐렴에 걸려있는 듯도 했다. 나비의 황홀 속에는 폐렴균이 들끓는다. 내 얼굴 위에 얇은 은박지를 붙이는, 나도 모르는 내 얼굴의 표정들이 벽 위로 흘러간다. 강이 범람했다. 


어느 날부터 나비가 오지 않았다. 폐선처럼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벽은 여자의 형체를 띄어가기 시작했다. 


사막이었다. 여자는 화산을 품고 있었다. 허공에 신음의 궤적을 그리는 나비 날개로부터 금가루가 부슬부슬 떨어져내린 적 있었다. 척추가 뚝 끊어져 버린 여자는 적요한 화산으로부터 색채들을 분출해냈다. 녹아내린 유리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새하얀 고사목들의 숲 소리를 들었다. 성대에 미세하게 베인 상처들이 가득했다. 내가 알마스트리트와 미들필드 사이에서 만난 검은 암표범은 팔에 문신을 하고 있었다. 검게 출렁이는 강렬한 햇빛이 내 망막을 상하게 했다. 푸르른 칼날같은 옥수수 잎들이 서로 부딪치며 쨍강쨍강 금속성 소리를 냈다. 시큼한 냄새가 났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8-06 09:04:02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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