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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문 뒤에는/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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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2회 작성일 23-07-07 08:30

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김포신문 230707)

 

힌 문 뒤에는/김유진

 

순수했을까

빗물 속에 멀어지는 발소리처럼

검정 우산 같은 운명이 한 시대를 마감하고

그 문을 떠날 때, 과연 순수했을까

어둠이 선물이라며

달게 받아먹었던 땅의 표징들이 무뎌지고

마르고 흐르다가

어느 구석진 자리에서 하나의 문을 생각하겠지

가끔은 겹겹의 미로에

문은 보이지 않아서

무딘 손끝이 습관처럼 허공을 붙들고 말아

어디쯤 왔을까

굳은 다짐이 한참이나 멀어 보여

오래도록 닫힌 문 뒤에는

휘어진 구름과 축축한 그림자의 숲이 되고 말지

순수했을까

이 말끝에는 족히 늑골 하나쯤에

속눈썹 같은 눈물 한 방울은 매달겠지

 

(시감상)

 

닫힌 문 뒤에는 닫기 전의 내가 있다. 문을 닫는다는 것의 상징적인 의미는 하나의 결과에 대한 종료이며 또 다른 출발에 대한 다짐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수많은 미로가 겹겹이 중첩된 문이 달려있다. 열고 들어가면 다시 미로, 닫고 나와도 다시 미로, 문을 닫기 전의 내가 미로에 갇혀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삶이란 링반데룽을 수없이 돌고 도는 반복 속에서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문은 열 때가 아니라 닫을 때가 중요하다. 남겨둘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가 닫고 나온 문 뒤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김유진 프로필)

2006 계간 문예춘추 등단, 김유진 시화집 서정/ 시집 거울의 시간5집 상재, 한전아트센터 초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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