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모텔 =강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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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모텔
=강영은
꽁무니에 바늘귀를 단 가시거미 한 마리,
감나무와 목련나무 사이 모텔 한 채 짓고 있다
저, 모텔에 세 들고 싶다
장수하늘소 같은 사내 하나 끌어들여
꿈 속 집 같이 흔들리는 그물 침대 위
내 깊은 잠 풀어놓고 싶다
매일매일 줄타기하는 가시거미처럼
그 사내 걸어 온 길 칭칭 동여맨다면
나 밤마다 그 길 들락거릴 수 있으리
그 사내, 쓰고 온 모자 벗어버리고
신고 온 신발도 벗어던져
돌아갈 길 아주 잃어버린다면
사내 닮은 어여쁜 죽음 하나 낳을 수 있으리
그 죽음 자랄 때까지
빵처럼 그 죽음 뜯어먹으며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는 날개 옷 한 벌
지을 수 있으리
저, 허공 모텔에 들 수 있다면,
강영은 시집,『녹색비단구렁이』(종려나무, 2008)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허공 모텔을 읽는다. 허공虛空은 애초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다. 모텔은 어미 모母나 털 모毛 또는 그립거나 꾀하는 그 모를 떠올릴 수 있겠고 텔(tel)에서 알리거나 말하는 의미까지 확대해 볼 수 있는 시적 언어다. 여기서 시적 주체는 이승이든 저승이든 닫혀 있는 세계에 있다. 그러니까 한쪽이 어둠이라면 그리움의 대상인 다른 한쪽은 물 흐르듯 한 모금의 빛처럼 닿는다. 감나무와 목련나무가 식물계에 속한다면 가시거미와 장수하늘소는 동물계다. 한쪽이 이미 닫은 거라면 다른 한쪽은 닫고 싶거나 닫아야 하는 어떤 의무감마저 준다. 그 사이에 모텔 같은 집 한 채를 꾸미고 있다. 그러니까 모텔은 이상향이며 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적 이미지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출발점이기도 하다. 다음은 사내다. 물론 시는 비유라 사내는 이 시를 읽는 불특정 다수를 지칭한다. 굳이 더 붙이자면 사내는 어떤 놈 자에 해당하는 또 다른 변이의 주체다. 모자와 신발이 놈 자에 걸친 이물질들이라면 죽음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완벽한 빵이다. 빵은 하나의 고체 덩어리로 감나무와 목련나무와 같은 성질이지만 그 속에 포함할 수 있는 작은 개체일 것이다. 동물계인 장수하늘소에서 긴 수명과 머리끝 온통 지배하며 사를 수 있는 문고리에 해당한다면 가시거미는 무언가 깔끔하지 못한 문장을 비유한다. 뒤에 나오는 날개옷 한 벌과 대조적이다. 이승을 뜰 수 있는 완벽한 갈비뼈 그것은 날개옷 한 벌, 오늘도 물 새듯 가만 앉아 보는 사슴벌레 한 마리 사각사각 다 쓴 톱밥 위 거닐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이 지긋지긋한 이승 한 자락 떠넘길 방안은 무엇일까? 나에게 꼭 알맞은 날개옷 한 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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