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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현근 시인의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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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필 무렵 / 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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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회 작성일 26-05-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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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근의 아침을 여는 ]

꽃 필 무렵 / 조경희

 

 

대문 앞 늙은 감나무가 손을 내민다

관절염을 앓는 다리가 휘어 있다

스님의 불경(佛經) 외는 소리 흘러나오는

방 안 향불이 피어오른다

돌아가신 지 사십구일 되는 날

빈 자리에 평소 즐겨 입던 옷 가지런히 개어 둔다

이윽고 백색 치마저고리를 차려입은 보살이

어머니를 호명한다

아직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중음계(中陰界)에 머물러 있는 넋을 달랜다

그녀의 구슬픈 목소리에 젖은 행간엔

비가 내린다

()가 끝날 즈음

어느 먼 바람의 기척을 느꼈는지

감나무 이파리들이 수런거린다

생전 감나무를 아끼던 어머니는 감꽃으로 필까

자유로운 새가 되어 날아올까

망자(亡子)는 사십구일 째 되는 날

명부시왕 중 일곱 대왕들에게 최종심판을 받는다는데

나는 어머니 전에 절하며

이승의 모든 시름과 고통 훌훌 벗어던지고

좋은 세상으로 건너가길 두 손 모아 빌었다

감나무엔 새들이 날아와 노래하고

연둣빛 잎새 사이 꽃망울이 맺혔다

 

 

[감상굽은 나무가 피워 올린 연둣빛 왕생(往生)

 

  감나무 만큼 서민들의 애환과 사연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나무도 드물 겁니다. 대문 앞 늙은 감나무는 관절염을 앓던 어머니의 생전 모습 그대로 화자를 맞이합니다. 시인은 어머니의 옷가지가 가지런히 놓인 빈자리와 보살의 구슬픈 독경 소리 사이에서, 아직 중음계(中陰界)를 떠도는 넋을 애틋하게 붙잡습니다. 젖은 행간마다 비가 내리는 듯한 슬픔의 시간 속에서, ()를 마치는 순간 불어온 바람은 망자가 건네는 마지막 기척이자 이별의 신호입니다.

 

  어머니가 아끼던 감나무 잎새들의 수런거림은 지옥의 심판을 통과한 안도의 한숨이자, 다시 태어날 생의 전조입니다. 시인은 이승의 고통을 훌훌 벗어던지길 두 손 모아 빌며, 어머니를 죽음이라는 어둠이 아닌 '감꽃'이라는 환한 생명으로 다시 읽어냅니다.

 

  최종 심판의 긴장감마저 녹여버리는 연둣빛 잎새와 새들의 노래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으로 건너가는 '꽃망울'임을 보여줍니다. 이 시는 상실의 아픔을 지극한 효심과 불교적 달관으로 엮어낸, 한 편의 아름다운 극락왕생 발원문과도 같습니다.

 

(/ 양현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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