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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현근 시인의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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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진포에서 / 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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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0회 작성일 26-05-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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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근의 아침을 여는 ]


진포에서 / 곽재구

 

 

몸푼 강심에

돌들은 모여 무슨 꿈을 꾸는지

지난 겨울 못다 운 울음이나

가슴의 금빛 나는 햇살로 엮어

물먹은 봄빛이 다리 아래 떨어진

꽃잎들을 다시 서러웁게 울리지는 않는지

한달음에 자운영 강둑길을 달려

그리움보다 먼저

떨어진 꽃잎들이 밀려오는 다릿목 아래

내 스무살 적 보리피리와 함께 서 있으면

사랑이여, 속살 푸른 강물 속에서도

그리움은 더욱 푸르러 물이끼로 설레고

마음보다 먼저 몸이 작아져서

잊혀진 얼굴들조차

강물에 풀어 다시 올릴 수 없을 때

저 슬픔 많은 은모래 한 알에도

이제는 어쩌지 못할 세상의 서러운 한들이

가슴의 불들로 물위를 흘러가겠네.

 

 

[감상푸른 그리움이 반짝이는 강가


  추운 겨울을 지나와 강물에 풀어놓은 '잊힌 얼굴들'이 반짝이는 오후입니다. 나주 구진포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으로, 지난겨울 못다 한 울음과 금빛 햇살이 교차하는 거대한 기억의 저장소입니다. 시인은 몸푼 강심(江心)을 바라보며, 스무 살 적 보리피리 소리와 함께 밀려오는 그리움의 정체를 응시합니다. 자운영 꽃길을 달려온 마음은 강물보다 먼저 젖어 들고, 사랑은 물속에서도 이끼처럼 푸르게 설렙니다.

 

  잊힌 얼굴들을 강물에 풀어 놓은 화자의 뒷모습은, 개인의 슬픔을 넘어 세상의 서러운 한()으로 확장됩니다. 은모래 한 알조차 견디기 힘든 삶의 무게를 품고 있으며, 그 가슴 속 불꽃들은 강물 위를 흘러가며 비극적이지만 찬란한 윤슬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이 시는 흐르는 물에 자신을 투영하여 상처를 정화하는 위로의 수채화입니다. 어쩌지 못할 세상의 서러움을 강물에 맡기며, 다시금 생의 푸른빛을 확인하는 구진포의 저녁은 서럽기에 더욱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습니다.

 

  (/ 양현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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