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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920회 작성일 15-08-3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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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포 라이터




       1. SLAM STRIKE

       크롬 지포를 타고 날아가다 가드레일을 박았다 이른 출근길 슬램덩크 지른 최후였다

       2. PANTS STRIKE

       의자에 앉으면 직각이 되는 다리를 고쳐주고 무릎을 칙─ 발화점이 푸른 풍선이 되는 춤이었다 담배 한 대 피우고 뛰어내렸다 고층은 고요했으므로 자연사라 기록했다

       3. QUICK CIG
       겨울날 입가가 시려 논두렁 밑에서 불을 붙였다 아무런 권력도 훔쳐보지 않았으므로 살 속으로 내린 눈은 포근했다 그 무렵 장독杖毒이 올라 아이가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계부나 계모는 흔한 산파였다 예닐곱 꽃잎에 관한 얘기다

       4. UPTURN
       장롱에 들어가 웅크리는 버릇이 생겼다 그럴라치면 탯줄 하나가 거미처럼 기어 나와 젖을 먹여주곤 했다 옷걸이에 매달려 있으면 흰 빨래처럼 펄럭거렸다 여러 번 세탁이 되었지만 포개진 것들이 펴지지 않았다 그맘때 주름은 죄다 헌옷수거함에 찔러넣으면 되는 거였다

       5. SPINNING WHEEL
       몸속에서 실을 뽑아 고치를 지었다 머릿속 누에들이 머리칼로 뻗었지만 가렵지 않았다 딱딱한 지층처럼 더러운 얼룩이 자라 살갗은 변태를 했고 잠은 그냥 달았다 오래도록 숙면에 든 미라처럼 몸이 굳었지만 물레 도는 소리를 들었다 전생에 죽은 나를 조문하러 왔을 때 일이다

       6. WILSON SPECIAL
       알렉산더나 나폴레옹이나 현존하는 홍콩 재벌 리카싱이나 특별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푸른 불꽃 위에 주홍글씨를 쓴 적이 있던가 물었다 자선냄비에 인색했던 사과를 베어먹은 사내의 죽음도 특별했지만 다들 종의 기원으로 돌아갈 일이었다

       7. THE SQUEEZE

       탱크는 어둠 속 불씨를 진압했다 무한궤도에 깔린 주검을 꽃잎이라 불렀지만 꽃잎에선 불꽃이 일지 않았다 대신 성대가 잘린 울음들이 가시를 달고 서성거렸다 권총이 탱크를 진압할 때에도 콩 볶는 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다 궐련 한 대 말아 피우듯이 불기둥이 꽁초가 되듯이 그리고 짓이겨 길바닥에 버리듯이─오래전 불꽃들이 사라진 방식으로 새벽이 오곤 했다

       8. DROP SPARK

       가스용접봉 불꽃이 뛰어다니는 일은 흔했다 가령 비 오는 날─ 비는 왜 불을 달고 뛰어내리나 교실의 창문마다 별은 까닭없는 슬픔을 투척했지만 세상에 친구는 딱 자신 밖에 없어서─하굣길이 구만리로 뻗은 적이 있다 그들 행방을 수소문 한다지만 사과밭엔 주먹만 한 눈물이 붉게 떨어지곤 했다 우리는 실종이라는 말과 불꽃이라는 말을 혼동하는 일이 잦았다

       9. HOT HAND

       손이 부끄러워, 지질 수 있나 가난은 좀도둑이라는 면사포를 씌워 주었지만 불을 달고 가는 건 지하철이었다 주어진 궤도를 뱅뱅 돌다가 기지창에 잠들면 된다 손을 서러워했던 사람은 태양풍으로 온몸을 말리곤 했다 증발이라고 쓰면 왠지 지하 냄새; 지하를 뚫는 쇳내가 난다 갯내음처럼 울컥하거나 비린

       10. DOUBLE TROUBLE

       불의 쌍권총을 가진 적 있다 그러나 쓸모는 그냥 불일 뿐이어서 그 저녁을 밝히지 못했다 사소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불빛은 서러웠으므로 꽁초설화나 연기설화를 쓰며 밤을 소모했다 아무도 읽지 않는 소설小說처럼 이야기의 국경은 야위어갔다

       11. TWIST AND TURN

       숨 쉬는 건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을 앓는 것이었으므로 붓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흰 뼈를 비틀어보거나 퉁소를 불어보거나 휘어진 뼈를 바로잡기 위해 중력을 역행하거나 철봉에 매달려 지구를 들어 올리려 한 적 있다 불꽃처럼 사라진 사람을 되돌리는 '새로운 방식'이나 허공을 쥐어짜 되돌릴 '고전적 방법'은 있나

       크롬에서 브라스로 이주하기로 한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9-01 11:37:18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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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61.

          황지우

  태어나자마자, 나는
  부끄러웠다.
  깨복쟁이 때 동네 아줌마들이 내 고추를 따먹으면
  두 눈을 꽉 닫아버렸다.
  국어 시간이 젤 싫었다.
  얼굴이 시뻘게지고 국어가 안 보였다.
  여러 사람은 나의 공포였다.
  처음으로 수음을 실시한 사춘기 때부터
  이 부끄러움은 약탈, 동성연애감정, 광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변성기 안 온 앞 좌석 놈을 꼬여 입을 맞추고
  다음 날 그놈을 죽이고 싶도록 미워했다.
  미루나무 숲 소나기 속으로 뛰어갔고
  내가 싫었다.
  담배, 술, 또 수음, 자살 계획, 폭행.
  승려가 될까? 항해사가 될까? 직업군인이 되려고도 했다.
  선생에게 대들었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도록
  선생을 무서워했다.
  스무 살, 나는 하늘만큼 커졌고 무지무지하게 방종했다.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만했고 안하무인이었다.
  나보다 더 잘생기고 인생 공부 많이 한 놈은
  일보 앞으로 나와봐!
  군대, 육군 쫄따구, 송충이 하나 둘 셋 넷, 나는
  송충이만큼 작아졌고 무지무지하게 작았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인칭이었다. 여러 사람 속에서,
  나는 새빨갛게 부끄러웠다.
  감옥엘 다녀와도 부끄러웠고,
  이후, 나이 들고 시인의 아들딸을 두고
  지금까지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다.
  살아가는 날들 앞에 두고, 전라도 말로,
  무장무장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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