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노래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저녁의 노래
일과를 끝내고 돌아오는 저녁이 좋다
하루의 노동은 값지거나 쓸쓸하지 않다
그저 하루치의 몸과 마음을 버리고 오는 것
빼앗기는거라면 슬퍼지는 일
세상에 닳지 않는 것은 없지
편마모된 구두 뒤축같은 하루는
가벼운 소멸이랄까, 밀려서 일어난 지우개의 가루가 아닌
지워져서 희미한 연필자국이 남긴 종이 위의 흔적 같은 거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와서 거리는 저물어가며 늙는다
무수無手로써 주고 받는 계절
운력하는 스님들처럼 구름이 식은 해를 하루의 회랑 끝으로 밀고 간다
저 신비한 은유의 나무들 곁을 지날 때
하루치의 사랑과 하루치의 이별을 노래하는 반투명의 사물들처럼
나는 생활의 저녁길에 음표를 달아준다 그리고 묻는다, 모두가 찬란했던가?
산란하는 저녁의 빛은 하늘과 숲에 잠시 머물며 새들을 불러 모으고
사람들 역시 함께 모여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며
종일토록 서로 보여주지 않았던 시편들을 꺼내 놓는 것이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