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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폐허란 말을 모르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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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면책특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716회 작성일 15-10-26 01:37

본문

너는 폐허란 말을 모르고 쓴다





<이 도시에서는 더 이상 감을 따먹지 않는다.

그저 바닥으로, 온몸으로 파탄 나는 감들이 있을 뿐이다.


저기 투신하고 있는 것은

정녕 일말의 미련 없이 그리하는가?


자동차 바퀴 지나간다

파탄이 다시 파탄 난다

완전히 바닥이 된다

그 떫은 맹목의 육즙을

도시의 고양이 한 마리가 킁킁거리고 있다.>


말했던가

내가 얼어죽은 새끼고양이를 유기한 적 있다고

신문지에 둘둘 말아

누이가 일하던 봉제공장 화단에 묻었지

그날 꽁꽁 언 흙을 파면서

아마 처음으로 신을 원망했을 거야


한 번 믿어본 적도 없는 당신이 대체

무엇으로 나를 구원하고 있습니까,


누이는 봉제공장 남자와 눈이 맞아 떠났고

난 다락방으로 올라가 내 강인하던 화분들이

천천히 말라가는 것을 지켜보다 잠들곤 했지


인육 맛을 본 자는 점점 그 맛으로 미쳐간다는데

내가 막 누군가를 어쩌려고 했을 때

화들짝 놀라 깨어났을 때

밤은 척추를 말아 제 허벅지를 뜯어먹고 있었다네

지금도 이 도시에선

끊임없이 무엇인가가 무엇인가를 죽이고 있지만

제 살을 뜯어먹는 밤을 주시하는 일이나

제 몸집보다 큰 소리로 울어보는 일이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네

내게도 분명 그런 폭력이 있지

내가 꿈속에서조차 완전히 미칠 수 없었던 건

그 폭력을 숨어 지켜보고 있던

또다른 나의,

비폭력적인 허무 때문이었어

나는 내가 외면한 욕구들의 표정을

단지 곱씹어 볼 뿐이라네

밤이 고요를 던져주며 나를 길들이려 할 때면

어디선가 고양이가

제 몸집보다 큰 소리로 울어주곤 했지

그들에게 정말 아홉 개의 목숨이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여덟 번째 목숨이야말로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하네


밤의 한복판에서 질끈 눈 감아 볼때

저기 8번 죽은 고양이가 비로소 운명이란 담을 넘어오는군

빈 곳은 한 번은 뛰어들고 싶은 검은 강물이 아니었나

누구인가 너는

무슨 일로

컴컴한 욕실에서

물방울을 놓아주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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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최병국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병국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긴 행간을 긴장감을 유지하며 쓴다는 것은 참 대단한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제목과 이어지는 마지막 결말이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만,
늘 단조로운 내용속에서 자극제가 되어줄거라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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