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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윤희승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8회 작성일 15-11-13 19:06

본문

 

 

 

K는 시인의 숲에 들어섰다 숲 속 길은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저 만치 앞에서 죽은 시인들이 취한 듯 비척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일순 숲에 안개가 더욱 자욱해지자 죽은 시인들의 어깨가 묻히고 발자국 소리가 묻히고 뒤이어 앞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흠칫 놀란 K는 뒤를 돌아다 보았다 몇 발치 뒤에서 K의 얼굴 가면을 쓴 詩鬼들이 공중에 떠다니고 있는 게 아닌가 그들의 목에는 박제된 문장에다 생기를 불어 넣던 크고 작은 붓들이 목걸이처럼 매달려 있었다 갑자기 시인의 숲에는 뇌우가 몰아친다 그리고는 벌거벗은 몸으로 춤을 추던 타락한 천사의 무리가 하늘로부터 숲에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한다 마지막 천사가 내리자 천둥 벼락이 지나간 시인의 숲은 홀연 광장이 된다 광장의 천사들은 시인들의 토르소가 그려진 액자를 하나씩 들고 있다 시인들의 발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는 붓들이 보인다 두 팔이 잘려 나간 K의 발가락 사이에도 훔친 붓이 끼워져 있다 K의 붓끝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는 먹물이 죽은 시인들의 핏물 같아 보였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1-16 21:22:22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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