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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금불* 로 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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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수련향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7회 작성일 15-11-25 12:25

본문

등신금불*로 오시다

 

 

아파트 베란다 구석에

늙은 모과나무 한 그루

가부좌 틀고 앉아있다

정원사 금불각 만적같다 하늘을,

향로처럼 이고

문 틈 스며든 볕으로

껍질마다 햇살경전을 새기고 있다

무릎에 고인 침묵의 우렛소리 출렁거린다

죽은 듯 무아에 든 생불,

철사로 옭아 맨 육신에

금박의 햇살 부어 진다

온 몸에 잎사귀들

타오른다!

소신공양하듯 화르르 불사른다

나신으로 몸 낮춘 선사

수만의 근심은 나무에게로 흘러 가고

수만의 말들이 나에게로 흘러온다

구불구불 가지 끝에 매달린 종소리

억만 시간의 문을 열고

내 귀를 가져 가신다

불꽃도 없이 제 몸을 태우는 몇 덩이 모과의 향내

내 안의 법당에 자욱하게 퍼진다

 

*등신금불: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에서 따옴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2-01 11:21:56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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