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놀/이명윤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저녁놀/이명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33회 작성일 25-02-24 16:42

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0223』


녁놀/이명윤



부고 소식에 모처럼 만난 네 명이

석고상처럼 무뚝뚝 앉아 있었고

2차선 국도를 따라 하루해가 빠르게 지고 있었다

배고프다,

최초에 누구의 입에서 그 순결한 말이

흘러나왔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일행은 그때부터 두 시간 후면 만날

식단에 대하여 진지한 토론을 시작했다

음식은 산 자와 죽은 자를 잇는

이 별의 오래된 의식이어서

대화는 차창 밖에 걸린 검붉은 노을 같았고

식어도 휘휘 저으면 다시

눈빛이 살아나는 육개장 같았다

우리는 산처럼 들판처럼 끝없는 허기를 느꼈고

식도처럼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날 땐

룸미러에 공허하게 떠 있는 서로의 웃음과

눈이 마주치기도 하였다

지루한 식욕을 끝낸 고인을 향해

불빛은 바퀴를 굴리며 정처 없이 흘러갔고

눈이 침침해질 무렵 나는 허리를 펴며

천천히 슬픔의 속도를 줄여 나갔다

그리고 하나둘

창가에 기대어 잠든 쓸쓸한 귀들에게

애피타이저 같은 음악을 한 모금씩

느리게 흘려주었다

보름달이 떠 있었고 정확히,

삼십 분 전이었다


-월간「한국산문」 2025년 1월호, 이달의 시


(시감상)


부고와 장례, 장례식장. 나이 들수록 많아지는 것이 부고장이다. 산다는 것은 죽음을 동반하는 것이라지만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그것이다. 아니, 안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시인이 묘사한 것처럼, 비유의 소재로 삼은 저녁놀과 육개장과 애피타이저 같은 음악, 그 모든 한 귀퉁이에 묻어있는 ‘고인’이라는 말의 의미가 흠결 없는 판결문 같은 생각이 든다. 여전히 배는 고프고 누군가의 장례식장은 가까워지고 더불어 삶은 강물처럼 낮은 곳으로 밀려나기만 한다. 의식과 예식과 간 사람과 남은 사람과 저녁놀의 무게는 같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이명윤 프로필


경남 통영, 전태일문학상 외 다수 수상, 시집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 외 다수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80건 5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880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0 05-02
4879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9 05-02
4878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5 04-30
4877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3 04-30
4876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3 04-30
4875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3 04-29
4874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3 04-27
4873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8 04-27
4872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9 04-24
4871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04-24
4870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9 04-20
4869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1 04-18
4868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0 04-18
4867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4 04-18
4866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1 04-15
4865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2 04-13
4864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4 04-12
4863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9 04-10
4862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7 04-08
4861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3 04-06
4860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3 04-05
4859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0 04-05
4858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9 04-03
4857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0 04-03
4856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2 04-02
4855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7 03-31
4854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0 03-29
4853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8 03-27
4852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8 03-25
4851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6 03-23
4850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7 03-15
4849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3 03-12
4848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8 03-10
4847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4 03-08
4846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4 03-06
4845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0 03-06
4844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7 03-04
4843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5 03-02
4842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5 03-01
4841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8 02-28
4840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6 02-28
4839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9 02-27
4838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4 02-26
4837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3 02-25
열람중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4 02-24
4835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4 02-23
4834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3 02-21
4833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3 02-21
4832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0 02-20
4831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6 02-1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