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이/ 황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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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0419」
모아이/ 황정현
바다를 등지고 서 있는 기분을 아니
어둠이 불어오면 물결은 밀려가고
조개들은 서로를 보듬어 무덤을 만드는데
우리는 운명을 안을 수 없는 얼굴들
흔들리는 언덕에 목을 얹고
퀭한 눈으로 서로를 볼 수 없는 우리는
바람을 정수리에 담아도
입술마저 두근대지 않아서
구름이 내려앉으면 언덕은 부풀어 오를까
귀를 기울일수록 이웃은 멀어지고
불타는 숲을 보았어
아무도 다가서지 않았고
물속에 잠기는 아이를
누구도 안아 올리지 못했어
젖은 발가락은 흙 속에서 꾸물거리는데
하나둘 깨어나는 손가락들
슬픔이 고일 때마다
온몸에 꽃 피는 구멍들
밤이 오면 뒤꿈치를 들어 올린다
잠시 하늘에 가까워진다
너무나 많은 무덤이
얼굴을 부르고 있다
(시감상)
4월이다. 4월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무엇일까? 목련, 장미, 그보다 먼저 세월호가 생각난다.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11주기다. 모아이는 칠레 이스타 섬에서 발견된 거인 석상이다. 바다만 바라보며 서 있다. 아이들의 부모 입장에서 생각하면 ‘모아이’ 이상이다.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그저 운명이라고 치부하기엔 어른들의 잘못이 너무 많다. 그 아픈 날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시인의 말처럼 너무나 많은 무덤이 얼굴을 부르고 있고 우리는 석상처럼 멀거니 바라보고 있다.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부모들의 얼굴이, 부르는 소리가, 아프다. 이 사회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게 되묻고 싶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황정현 프로필)
2021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바람은 너를 세워 놓고 휘파람』

황정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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