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피정 1 / 신달자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침묵 피정 1 / 신달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0회 작성일 25-06-05 15:20

본문

침묵 피정 1 / 신달자

 

영하 20

오대산 입구에서 월정사까지는

소리가 없다

바람은 아예 성대를 잘랐다

계곡 옆 억새들 꼿꼿이 선 채

단호히 얼어 무겁다

들수록 좁아지는 길도

더 단단히 고체가 되어

입 다물다

천 년 넘은 수도원 같다

나는 오대산 국립공원 팻말 앞에

말과 소리를 벗어놓고 걸었다

한 걸음에 벗고

두 걸음에 다시 벗을 때

드디어 자신보다 큰 결의 하나

시선 주는 쪽으로 스며 섞인다

무슨 저리도 지독한 맹세를 하는지

산도 물도 계곡도 절간도

꽝꽝 열 손가락 깍지를 끼고 있다

나도 이젠 저런 섬뜩한 고립에

손 얹을 때가 되었다

날 저물고 오대산의 고요가

섬광처럼 번뜩이며 깊어지고

깊을수록 스르르 안이 넓다

경배 드리고 싶다



(시감상)


가톨릭학생회 소속으로 활동하던 그 시절, 우리는 낙타도 없이 타클라마칸 혹은 고비를 향해 고삐를 쥐었다. 발목이 뻘처럼 푹푹 빠지는 붉은 모래가 싸락눈처럼 흩날리는 적기뱃머리에서 우리는 스스로 세상의 정의라고 믿었고 선봉에 서서 깃발처럼 펄럭거렸다. 모래폭풍이 우리의 발목에 쇠사슬을 채울 때마다 미래는 셀로판지처럼 불투명한 형형색색이었다. 우리들의 시야가 셀로판지를 투시할 즈음 우암동 가파른 고갯길을 올랐다. 사랑의 선교 수사회, 그 나선형 계단을 오르내리며 우리의 언어는 수증기처럼 증발하기 시작했고 내 마음속 깊이 박힌 애매모호한 화두들, 누구 할 것 없이 우리들은 스스로 입다물기 시작했고 진리를 간구하는 수행자처럼 고요는 메마른 가슴을 열고 풍경소리처럼 스며들었다. 때론 열 마디의 말보다 한 순간의 침묵이 우리를 뜨겁게 불사른다는 것을 피정을 통해 어렴풋이 맛을 본 눈 부시게 푸른 빠닥빠닥한 그 소지(燒紙)의 시절..........


(시인프로필)


경남 거창에서 출생, 부산에서 고교 시절을 보내고 숙명여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평택대학교 국문과 교수,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거쳐 숙명여대 명예교수와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문화진흥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시와 연애하던 대학 시절의 열정으로 1964년 《여상》여류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으며, 결혼 후 1972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시를 게재하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80건 4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930 김재숙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9 08-02
4929 서피랑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0 08-02
4928 김재숙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7 07-30
4927
take/김유수 댓글+ 2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3 07-29
4926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7 07-28
4925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4 07-26
4924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 07-26
4923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8 07-20
4922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6 07-16
4921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2 07-12
4920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6 07-09
4919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9 07-05
4918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6 07-05
4917
혹서/홍혜향 댓글+ 1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1 06-28
4916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8 06-28
4915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5 06-27
4914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0 06-25
4913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4 06-25
4912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9 06-22
4911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8 06-18
4910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9 06-15
4909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6 06-12
4908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2 06-08
4907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7 06-08
열람중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1 06-05
4905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4 06-05
4904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3 06-05
4903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2 06-01
4902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1 06-01
4901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2 05-31
4900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4 05-30
4899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2 05-29
4898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8 05-25
4897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2 05-24
4896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7 05-22
4895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3 05-21
4894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0 05-20
4893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 05-19
4892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8 05-18
4891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1 05-18
4890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05-18
4889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9 05-16
4888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5 05-15
4887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9 05-13
4886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6 05-10
4885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6 05-09
4884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 05-09
4883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4 05-06
4882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3 05-05
4881 金富會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3 05-0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