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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사리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수퍼스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96회 작성일 26-04-22 08:43

본문

식탁 위 소금통 뚜껑을 열었다.

고형체로 압축된 바다가 들어 있었다.

하얀 결정체의 각진 면에서 반사된 빛이

허기에 머물던 내 눈을 찔렀다.

 

파도를 고아 꽃을 피운 결정 위에 무지개가 떠 있었다.

빛은 내 잘못을 들추어 내었다.

 

나는 굵은 소금을

푸른 빙하의 등 같은 바다의 꽃이라고 불렀다.

 

엇박자로 일렁이던 파도가 잠들고

햇살이 굳어 있는 하얀 꽃에서 태양 냄새가 났다.

이것은 태양이 건너가며 남긴 발자국,

바다의 입김을 바싹 튀긴 거룩한 문장이었다.

 

바다의 숨소리가 굳은 꽃에서

주름 접힌 파도 소리의 싹으로

돌발적 이명처럼 자라기 시작했다.

 

이토록 단단하게 압축된 바다의 꽃을 피우기 위해

누군가는 수없이 바다를 열고 닫으며

자신의 등도 고아냈을 것이다.

비 오는 날에서 스스로 통점을 매설하고

밑그림 없는 날에는 돛처럼 해진 하루를

바닷물로 소독했을 것이다.

 

나는 결정에 귀를 대고

바람 한 점 없는 방 안에서

저 파도가 부르는 오래된 노래를 들었다.

밀려와 부서지기를 반복하던 소리,

다시 모여 굳어 꽃이 된 숨결,

누군가의 손끝과 눈물이 배어 있는 기억.

 

바다의 숨을 탁본한 소금나는 그 각을 녹인다.

그리고 한 줌 남은 흰 결정 속에서

그가 남긴 흔적을 주워 내 안의 파도 위에 흩뿌린다.

 

끝없이 흘러가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파도의 뼛조각처럼

나는 그의 하루를 내 심장 위에 흩뿌리며

조용히, 그러나 오래도록 울린다.

댓글목록

일미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일미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파도의 뼛조각 처럼
심장의 요동소리 처럼

희생의 삶

소금과 시인님 마음의 인류에가
동일시 되는

바다로 이끌리는 대 서사시로
일상의 감사함
일깨워 주시니

오늘 하루 일상이,
 모두 다 밝게
다가 옵니다
감사합니다
슈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금이라는 일상적 사물에서 출발해
소금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생명의 압축물로 보고
인간의 노동과 눈물, 생의 잔향을 감각적으로 수용하려고 했는데 어색합니다.
좋은 글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필하소서. 일미터시인님.

힐링3님의 댓글

profile_image 힐링3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금의 다각도의 형상을 풀어헤쳐
우리 앞에 시의 수라상을 차려 놓아
어느 것에 먼저 젖가락을 대도 그 맛의 깊이와
헤어릴 수 없는 변화무쌍한 풍경을 동시에
혀끝에 그리고 풍경 속에서 노닐게 합니다.
무엇보다 이 풍류를
무엇이라 이름을 붙여야 할까요.
소금은 상한 것을 막아주고 맛을 내는 최고의
미락의 춤이라 했는데
이것을 뛰어 넘어 또 하나를 덧붙여 풍류를 끌어 당겨
노닐게 하는 것이라 했는데 이것은 호사가 아닐 수 가 없습니다.

시인님이 누리는 그 풍류 속으로 들어서니
소금이 빚어내는 비밀 코드 하나를
마침내 최초로  발견하는 느낌입니다.

고도의 언어의 장치와 시인님만의  지닌
고유의 심안의 세계를 다시 한번 밝혀내어
뒷쪽에서 물러 앉아 침묵하는 모습을 다시금 바라봅니다.

소금 하나로 이 다채로운  음악과 빛깔과 맛까지
가지고 바다와 태양과 노니시는 앞에서
다시금 큰 박수를 보냅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무 좋은 글로 시인님의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며
장문의 글을 주시는 수고로움, 감사드립니다.
소금이라는 응결된 사물을 통해  바다(자연)-인간(노동)-저의 기억을
순환적 연관으로 인식하여
사라진 존재의 흔적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많이 부족합니다.
파도의 결정을 찾는 누군가의 노동을 제안에 공명시켜
감사의 마음을 가져 봅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힐링시인님.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목부터가 탐이납니다.
언어구상 능력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기복 없는 시심 인정합니다.
소금 저도 쓰고 싶은 시제인데 여짓껏 못썼네요.
3연에서[ 바다의 꽃이라고 불렀다] 공감이 갑니다.
좋은 시는 오래 남는다고 하던데 시인님 시가 그런가 봅니다.
늘 건필하소서, 수퍼시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누군가 바다를 열고 닫는 수고로움으로 만든 파도의 뼈, 사리.
그 하얀 결정으로 음식 맛을 낼 수 있으니 감사할 일이지요.
마음을 얹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장희 시인님.

안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식탁위에 있는 소금통
그 속에 바다가 들어있고 파도가 일렁입니다
그 외에도 참 많은  것, 인생이 들어있군요.
한 톨의 소금에서 이렇게 좋은 시를 뽑아내는 시인님 부럽습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직 많이 부족한데 과분한 말씀을 주십니다.
공감해주시고 좋은 글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안산시인님.

그대로조아님의 댓글

profile_image 그대로조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유의 흔적이 매 연마다 숨 쉬고 있고
시상이 돋보이는 수작 잘 감상했습니다.

파도의 사리를 녹이면
다시 파도가 살아 출렁일 듯 합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행복한 봄날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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