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재의 안귀령의 전력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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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귀령의 전력질주
정동재
거대한 기둥이 쓰러지자 전압이 꺾였다
죄책감의 누전, 언어와 사지가 사암과 화강암으로 굳은
소우주의 시스템 붕괴
찰나에 심연의 블랙박스를 열고 뒤엉킨 기억을 배설한다
주파수가 다시 잡히고 마비가 풀려 꺼진 코어가 다시 점화되는
행성적 복원
보라, 점 하나로 수렴하는 일심(一心)의 폭발을
일 년이라는 폭발이 빚어내는 사계를
고로 일심으로 구동되는 우주의 하드웨어를
척추의 절기와 오장육부의 파도, 이 육신은 단순한 질량이 아니다
가슴 한복판에 내리치는 서슬 퍼런 된서리,
양심(良心)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영혼을 갈아엎는 도덕적 경작
온몸, 사지로 대지를 활보할 때
기실 그것은 지구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하늘 자신이다
시퍼런 총구 앞에 기어이 맨손을 뻗어
철면의 총부리를 우악스럽게 붙잡고 뒤흔드는 한 여자, 안귀령!
지구 반대편의 모니터들이 일제히 깜빡인다
감전되는 세계의 영혼들 정신 개벽이 된다
모두의 눈에 하늘빛 푸른 불꽃이 튄다
여자의 몸을 입고 전력질주하던 하늘
뜨거워진 오후 청계천 왜가리 풍경과 발 담근 처자들에 분명히 옮겨붙었다
오후라는 찰나의 평화 속, 거친 숨 고른 전력질주하는 하늘
낄낄 깔깔 소리로 여여하다.
안귀령 님께 바치는 헌시 - 야간 경비 근무 서느라 여의도로 달려가지 못해 늘 가슴 허전했던 정동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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