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독서(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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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독서
어릴적엔 멋모르고 살았다. 그러나 나는 생각했다. 눈꽃 사라지듯 푸르른 감수성을 잃어버리면 난 벌레가 될 것이라고. 그래 그레고르 잠자, 그레고르 잠자처럼 벌레가 되기 싫어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 속을 자주 돌아다녔다. 그 뜰에서 난 눈물이 되기도 하고 웃음이 되기도 하고 더러는 꽃으로 불리기도 하는 친구들을 사귀었다. 한동안 생의 지하실에서 옥상까지 변신술은 유행했다. 책 밖, 사상의 거리는 애매한 안개를 첩인 양 끼고 살았고 현실은 새벽녘 출근길의 하루살이를 흔들었다. 종점행 기차표를 끊은 풍선들이 옥상으로 올라가려고 붐비던 밤, 주사 한 방이면 터져버릴 것 같은 생각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새벽을 기다리는 건, 아프다. 더없이 덧없다. 책 속의 그로테스크한 벌레보다 나의 그로테스크한 생각이 더 아픈 줄을 그땐 몰랐다. 해석되지 않는 문장 같은 생활은 종종 나를 제 입에 넣고는 침을 이리저리 묻혀가며 허물어 버리려 했다. 세우고 부수기를 반복하는 생활과 반성 속에서 나는 그로테스크한 자세 고치기를 내 최초의 푸른 독서와 함께 떠올리며 살았다. 그러니 초록의 말씀으로부터 답장을 받을 때까지, 여기 기차역 매표소 희미한 전등빛 아래서 그레고르 잠자와 함께 앉아 있는 것이다. 추운 밤, 하얀 몸이 검게 변할 때까지 불태우는 자작나무의 사랑을 쬐면서.
* 그레고르 잠자: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인공.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새벽을 기다리는 건 아프다" 이 짧은 한 문장이
글로테스크한 삶 속에서 답장을 기다리는 심정을 표출한 듯합니다.
시인님의 좋은 시를 통해 책 한 권 읽었습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시적으로 변용해보려 썼는데,
참 어렵습니다.
시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