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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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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고현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2,885회 작성일 15-09-15 18:31

본문

바늘귀 /

실과 바늘처럼 외할머니와 꼭 붙어 지낸 어린 시절
외할머니는 날마다 바늘귀를 꿰어달라고 했다.
낙타 열 마리도 드나들 크다한 바늘구멍이 왜 안 보인다는 건지,
이불 홑청 위로 몸을 날리면서도 꿰었다.

기특하다는 칭찬에 바늘귀만 잘 꿰어도 부자가 되는 줄 알았다.
꿰고 또 꿰어도, 또 꿰어야 할 바늘귀
꾀가 나서, 실이 길지 않으면 꿰지 않겠노라 어기대었다.
실과 바늘의 대타협에 실은 턱 없이 길어졌고 외할머니는
일어섰다 앉았다 이불을 시치는 시골 밤
손자의 만행에 역정을 낼 법도 했는데 빙그레 웃기만 했다.

초목이 되려는 외할머니 따라가던 길,
뜯어진 풀밭 길 꿰며 엉엉 울었다
외할머니의 골무도 잊은 지 오래고
추억을 꿰맨 실밥도 삭아버리고

오늘 실을 꿰려는데 바늘귀가 안 보인다
낙타는커녕 낙타 코털도 어림없다

그래서 빙그레 웃은 거구나.
어린 손자 말귀는 모를 테고, 바늘귀 안 보이는 날이면
'웃'자를 써 놓고도 팔 벌린 할미 생각하겠지,
그래서 빙그레 웃은 거구나
축축한 바늘귀를 꿰는데 멀리서 외할머니 낙타 타고 나타났다.

안 보이느냐,

이제사 등짝을 후려친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9-17 11:04:53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6

댓글목록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빛빛님도 아련한 추억이 있으시네요.^^
저에게는 외할머니가 엄마 같은 분이라 기억이 지워지질 않아서요.
빛빛님, 건필하세요.^^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하하 써니야니님도 참...
저에게는 으리 안 보여주셔도 되는데요.^^
공감해 주셔서 큰 감사드립니다.꾸벅~

강경우님의 댓글

profile_image 강경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축축한 바늘귀를 꿰는데 멀리서 외할머니 낙타 타고 나타났다.
 
안 보이느냐,
 
이제사 등짝을 후려친다./

선가의 선문답을 듣습니다. 호쾌하다고 느꼈다면 말이 될까요?
오랜만에 창작시방에 들렸다가 아주
좋은 시를 쉽게 보고 갑니다. 한편 많이 아깝다는... 또 다른 봄 생각을 하면서요.

좋은 글 잘 읽엇습니다. 기분 좋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ㅎㅎㅎ
이런 기분으로 술 한 잔 더 해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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