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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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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인디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645회 작성일 15-09-21 21:53

본문

광화문 해태


 

해태는 웃지 왕궁 수문장 교대식 보러
아침부터 구름처럼 몰려드는 사람 구경도 지루해 
슬쩍 수문장 엉덩이나 꼬집어 놓고
안 그런 척 시치미 떼고 허허실실 웃지

 

웃다가 이따금 넋을 잃고 바라보는
그곳은 관악이 아니라 서초동 꽃마을
왕이 사라진 왕궁은 아름다운 폐가,
비명에 죽은 혼령과 들고양이들의 쉼터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알면 무엇하나
뿔 없이 태어나 불의를 봐도 들이받지 못하는 이마
해태는 웃지 죄 없이 남근을 거세당한
계집도 사내도 아닌 내관처럼 웃지

 

언제 봄날이 있기는 했나 치욕의 날들
닦아도 닦아도 흐르던 눈물, 어느 날인가
다시는 사람의 일에 관여치 말자
어금니를 깨물자 생뚱맞게 피식 터져 나온 웃음

 

숭례문 불타자 입 싼 호사가들 부랴부랴
가림막 철거하고 해태를 세상으로 불러냈지만
아는 사람은 알지 제국의 해가 시들자
해태의 신통력도 함께 사라졌다는 것을

 

해태는 웃지 이젠 다리마저 부러져 갈 데도

오라는 데도 없다고 웃지 빈 들판을

지키는 늦가을 허수아비처럼 먼데 하늘을 바라보며
하릴없이 하염없이 광화문 해태는 웃지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9-30 12:22:12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3

댓글목록

인디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인디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좋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고현로 시인님
빛보다 빠른 시인님
최경순 시인님
감사합니다
좋은 시 많이 생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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